올가을, 벼가 베어지고 논바닥에 남은 그루터기가 고요한 풍경을 연출했습니다. 계절이 저물어가는 가운데 단풍이 붉게 물들어가는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산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 한 가지 깊은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기억 속에서 흩어지는 농촌의 모습은 잊고 지냈던 소중한 가을의 정취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가을의 기억
가을은 언제나 특별한 계절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계절이지만, 그 안에 담긴 땀과 노력, 가족과의 시간은 결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벼를 수확하는 과정은 단순한 농업 활동이 아닌, 가족의 연대감을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어른들은 낫을 들고 줄기를 하나하나 베어내며, 아이들은 떨어진 이삭을 주워 모으기 위해 열심히 움직였다. 그렇게 힘들게 모은 이삭들은 볏단으로 묶이었고, 한쪽 마당에 쌓았다. 추억 속에서 나는 여전히 볏단의 향기와 함께 흙냄새, 땀냄새가 뒤섞인 공기를 느낀다. 그날의 기억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여, 잊고 지냈던 소중한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벼를 베어내는 소리, 무거운 볏단을 나르는 소리, 그리고 그 곁에서 나누었던 웃음소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다. 가을의 수확은 단순히 농사일을 마치는 것이 아니라, 한 해의 결실을 바라보며 감사하는 시간이다. 세상의 모든 기쁨과 슬픔을 나누었던 그 시절, 다시금 그 공간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농촌의 소중한 추억은 이제는 멀리 사라진 것만 같은데, 그 기억들이 나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런 가을의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아, 언제까지나 나의 마음속에서 되살아난다.농촌과 풍경
가을이 깊어지고 하루하루 쌀쌀해지는 이 시기가 되면, 농촌의 풍경은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논밭이 물러난 모습은 처음에는 황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윽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거친 그루터기와 하얀 비닐로 포장한 곤포사일리지는 수확의 끝자락에서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는 듯했다. 햇살에 반짝이는 곤포사일리지는 오랜 세월 농촌에서 반짝이는 물질인 듯 귀하게 여겨진다. 산자락의 단풍은 붉게 타오르며, 농촌의 전경과 어우러지는 모습은 경이롭기만 하다. 어느 날 아침, 언뜻 창밖을 바라보니 푸른 하늘과 화려한 단풍이 조화를 이루는 경관이 눈에 들어왔다. 내 마음 역시 그 풍경에 감격하여 일상의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듯한 고요함을 느꼈다. 다가오는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예상되지만, 그 가을의 마지막을 만끽하는 순간은 매우 소중하다. 이 시기에 농촌은 또 다른 일상으로의 변화를 맞이한다. 수확 후 곧바로 채비에 나서는 농민들은 해가 저물기 전까지 열심히 일한다. 농촌의 일상은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고, 그 속에서 자연의 섭리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농촌의 궁극적인 아름다움이자, 자신이 속해 있는 공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언뜻 스치는 나뭇잎의 바스락거림과 말없이 지나가는 바람의 소리 속에서 한 시대가 지나간 것 같은 애달픔을 느꼈다. 그럴수록 농촌의 풍경이 내게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시간 속에서 영원하던 가을의 색깔이,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의미로 바꾸어준다.빛과 물의 합작품
그리운 시절을 뒤로하고, 가을의 마지막 빛을 찾아 산으로 향하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하늘의 기온 변화가 예년과 달라 단풍이 더디게 물들고 있다지만, 신선한 공기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란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지난 15일, 늦가을을 느끼기 위해 길을 나선 나는 예상보다 더 아름다운 경관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제는 잊혀져만 가던 깊은 단풍의 붉음이, 마음속 깊이 새겨진 농촌의 기억과 함께 떠오른다. 그래도 단풍은 여전히 아름답고 더없이 찬란하다. 시기는 빠르게 변하고 세상은 계속 이어가겠지만, 잊지 못할 농촌의 그 풍경과 함께 나의 가을은 특별한 의미로 남아 있다. 자연의 경이로움 속에서 느끼는 삶의 기쁨과 아쉬움은 언제까지나 잊지 못할 것이다. 늦가을의 단풍은 누군가에겐 가을을 마무리하는 고요한 시간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빛의 순간이 된다.가을의 기억과 농촌, 그 아름다운 풍경을 다시 떠올리며 이 글을 마친다. 누군가에게 이 글이 가을의 진정한 의미와 그 속에 담긴 농촌의 소중함을 일깨우길 바란다. 다음에는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운 농촌의 이야기로 찾아오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