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에서의 겨울 여행은 따스함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특별한 경험이다. 광양매일시장에서 느낀 온기와 전남도립미술관에서의 감동이 어우러져,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발견을 만끽하게 해준다. 묘한 긴장감을 동반하는 계절의 틈새, 그 속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담아본다.
광양, 잊지 못할 시장의 풍경
광양의 겨울 아침은 차가운 공기와 따스한 햇살이 아침을 환하게 비추는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광양매일시장에서의 첫 방문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경험을 안겨준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각종 채소와 농산물의 신선한 향기가 나를 반긴다. 특히, 김장철이라는 계절적 특성을 반영한 배추와 무가 선명한 색깔로 쌓여 있는 모습은 가을의 유산을 고스란히 지켜주고 있다. 시장 한 켠에서는 정겨운 모습의 할머니가 불 깡통에서 파를 다듬고 있다. 그 모습은 나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이는 풍성한 겨울의 식탁을 이끄는 첫 시작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시장의 정적을 깨뜨리는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가 온기를 더해준다. 나는 이 순간, 광양의 뙤약볕 아래 감싸주는 듯한 따스함을 체험하게 되고, 그 울림은 내 마음에도 새겨진다. 분주히 움직이는 조리하는 손길, 그리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기정떡은 광양의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시큼한 발효 향이 퍼지며, 시장의 투박한 정취와 대비되는 세련된 모습은 나에게 또 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나는 떡을 한 입 물고 뜨거운 커피를 아랑곳하지 않고 홀짝인다. 이처럼 시장에서 느낀 따뜻함은 겨울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겨울 여행의 시작, 미술관 탐방
겨울 여행에서의 기대는 예술과 문화 탐방으로 이어진다. 내가 향한 곳은 과거 광양역의 자리, 지금은 전남도립미술관과 광양예술창고로 변모한 예술의 공간이다. 미술관의 첫 번째 전시, '블랙 앤 블랙(Black & Black)'은 검은색이라는 색상의 깊이를 탐구한다. 차가운 겨울 날씨와 대조되는 정적인 요소가 나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피에르 술라주의 작품 앞에서 "검은 것은 빛의 부재가 아니라 빛을 드러내는 수단"이라는 그의 철학이 나를 사로잡는다. 캔버스 위에서 번지는 먹의 농담은 시각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 속 깊은 여운으로 다가온다. 여백의 미가 주는 넉넉함은 초겨울의 공허함과 놀랍도록 닮아 있어, 나는 느끼는 감정들이 고요하게 얽히는 것을 경험한다. 이후 관람한 '마나 모아나(Mana Moana)' 전시는 이전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반전의 세계가 펼쳐지는 오세아니아 특별전은 나에게 신비로운 감정과 애틋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거대한 조각상들과 이야기를 품고 있는 마스크들은 모두 각자의 세계로 나를 유혹한다. 이 공연은 흑과 청,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내가 이들 작품을 통해 느낀 에너지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작품에 담긴 메시지와 감정까지 나와 연결되었다.미술의 여정, 예술 창고에서 이어지다
광양미술관 방문을 마치고 향한 곳은 광양예술창고다. 과거 물류 창고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이곳은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시리게 파란 겨울 하늘 아래, 하얀 외벽이 눈처럼 새하얗게 빛나고 그 모습이 나를 끌어들인다. 이 공간은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도화지처럼 여겨진다. 안으로 들어서자 나를 맞이하는 것은 단정함이 아닌, 숨겨진 야성과 파격적인 거침이다. 다양한 예술작품들이 넘치는 공간 속에서 나는 시각적 자극을 받으며 탐방을 계속한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이 공간은 예술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장소다. 나는 이곳을 통해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에서 벗어나, 경험과 감각을 다르게 느낄 수 있었다. 광양여행의 마지막 순간, 내가 새롭게 발견한 것은 다채로운 경험의 한 조각으로 남았다. 따뜻한 시장의 풍경, 고요한 미술관의 정적, 그리고 예술 창고에서 느낀 야성은 모두 내 마음속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이 모든 경험은 겨울의 긴장감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었다.결론적으로 광양에서의 겨울 여행은 단순히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와 진정성을 찾는 기회를 제공한다. 광양의 따스한 온기로 시작된 여행이 고요한 미술 탐방과 예술 경험으로 이어지며, 나는 일상 속에서 소중한 체험을 쌓아갔다. 다음에는 어떤 새로운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호기심이 가득하다. 아름다운 광양의 겨울, 그 속에서 만난 노래 같은 일상이 또 다시 나를 맞이할 것을 기대한다.

